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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기원
인간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개의 기원은 불행히도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현대과학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현재 생명체에 대한 완전한 연구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지구상에 밝혀진 생명체가 30%이하라는 추정은 왜 명확한 개의 기원을 밝히지 못하는지에 대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집요한 추적은 이제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에 들어서 학자들은 개의 기원에 대한 확신에 찬 이론을 정립하였다. 이후 개의 기원과 연관된 또 다른 획기적인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재까지의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이를 알기 쉽게 재분석해보았다. 잡지 속의 책에 수록된 내용은 한 분야 위주로 어렵게 다루어졌던 기존의 내용과는 달리 고고학, 동물학, 유전학 등의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분석하였다. 다만 먼 선사시대 육식성 포유류의 조상인 '미아키스'나 개과 동물의 직접 조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토마르크투스' 등, 늑대가 출현하기 이전의 추측하기도 어려운 학명으로 불리는 동물 이야기는 제외하였다. 자 그럼 최근의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인간과 개의 만남이 시작된 먼 선사시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선사시대(先史時代) 포유동물(哺乳動物)과 인간의 기원(紀元)
개의 기원을 알기 위해선 먼저 간단한 지구연대학에 대한 설명과 선사시대의 인간과 늑대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지구의 연령은 약 46억 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초기 '선캄브리아기'에는 생명체가 살지 않았다. 이후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금부터 약 5억 7천 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현생이언'이라 부른다.
지구의 지질시대(地質時代)를 크게 이언(eon), 대(代), 기(紀), 세(世)로 구분한다. 현생이언은 크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되며, 고생대는 해양무척추동물의 시기였고, 중생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우세한 시기로 쥬라기, 백악기 등 귀에 익은 연대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생대는 중생대의 공룡류 등이 절멸한 약 6500만 년 전에 시작되다. 이는 다시 제 3기와 제 4기로 구분된다. 제 4기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홍적세(洪積世)와 충적세(沖積世)로 나뉜다. 이 시기는 인류가 크게 발전한 시기로 인류의 시대라고도 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인류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원인(猿人)이 바로 홍적세 초기에 출현한다. 홍적세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시작하여 1만 3백년 전에 끝나며 이 시기를 구석기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충적세는 대략 1만 3백 년 전에 시작한 신석기 시대로부터 현재까지를 칭한다.
제 4기 중 홍적세는 추정연대가 비슷한 빙하의 시대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빙하기라고 모든 지구가 얼어붙어 버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빙하기는 홍적세 기간 중 4-6번으로 추정되는 빙기와 그 사이의 기후가 온난해지는 간빙기가 있었으며, 빙하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육지의 28%정도가 빙하로 덮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지구의 10%정도가 빙하로 덮여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빙하기(氷河紀)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만큼 온 세상이 꽁꽁 얼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1만 2천 년 전, 인간의 최대 경쟁자는 늑대였다.
인간과 늑대와의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스산하고 추운 빙하기 말기, 즉 홍적세 말기까지 계속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1만 2천 년 전인 빙하기 말기(이 시기는 현대인과 같은 호모사피엔스에 속하는 크로마뇽인이 나타난 시기이기도 하다), 무리를 이루어 사냥을 하는 인간의 최대의 경쟁자는 늑대였다. 바꿔 말하면, 늑대(Canis lupus)는 거의 100만 년 전에 이미 북유럽과 아시아 생태계의 일원이었던 반면, 인간은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는 침입자였다. 인간과 늑대는 동일한 먹이를 쫓으며 경쟁하였다. 비록 사람은 영장류이고 늑대는 상당히 뒤떨어진 식육목에 속하지만 북반구의 구석기시대 사냥꾼들의 생활은 영장목의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늑대의 생활양식에 가장 가까웠다. 인간과 늑대는 육상 포유류 중 가장 영리한 사냥꾼이었다. 늑대와 인간은 둘 다 사회적 사냥꾼으로 발전했고, 초기 홍적세의 빙하기 동안 여기저기 동일한 분포를 보이며 같은 대형동물의 무리를 먹이로 했다. 고기는 일년 내내 풍부하지만 야채는 극지방 봄의 막바지를 제외하면 공급이 부족한 툰드라 지역에서는 생활조건이 열악해짐에 따라 인간과 늑대의 고도로 발달한 사회적 행동이 진화하였다. 또한 당시 모든 포유동물처럼 인간과 늑대도 추위를 견디기 위한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체구가 커지는 등 자연에 적응하였을 것이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전 세계 생태계에 널리 분포한 인간과 늑대에게는 다른 동물보다 탁월한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있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먹이를 찾아내며, 먹이를 추적할 때는 늘 시야 안에 두고 멀리까지 쫓아가서 결국은 죽인다. 멸종한 여러 동물에서 볼 수 있듯이 진화론적으로 중요한 문제점인 연약한 유아기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늑대는 필요이상의 고기를 삼킨 후 굴로 돌아와 토해내어 새끼와 출산으로 집에 남아있던 암컷이나 새끼에게 먹였고, 손을 사용하는 인간 역시 간단하게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비슷한 먹이 감을 쫓는 인간과 늑대의 무리는 당연히 마주칠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때로는 서로를 죽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생태계에서 먹이가 되는 동물집단은 그들을 잡아먹는 포식자가 있기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늑대는 병들거나 늙거나 어린 먹이 감 위주로 죽임으로써 생태계 평형을 유지하는데 일조 하였던 반면, 인간은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추운 기후조건으로 인하여 사냥만이 중요한 행동방식이 되면서 놀라운 지능발달을 가져왔고, 이미 40만 년 전부터 사용하던 불과 돌을 갈아서 만든 신석기의 이용으로 효율적인 도살방법을 터득하였다. 인간은 마구잡이로 생존에 필요한 수 보다 더 많은 동물들을 죽였다.
아마도 그 옛날에도 인간은 살육을 즐겼던 것 같다. 빙하기 말로 갈수록 인간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대단히 많은 수의 수렵동물이 절멸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맘모스와 동굴 곰, 메스토, 거대한 늘보 등 당시의 많은 대형동물들이 빙하기라는 기후변화로만 멸종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당시부터 우리 인간은 사냥의 킬러였던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최근 과학전문지인 사인언스 에 의하면 그 당시 많은 대형 포유동물이 절멸한 원인이 추위가 아닌 인간의 도살에 의한 것이라는 모의실험 결과로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절멸원인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멜번대학의 리차드 로버츠 연구팀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형동물의 뼈가 무더기로 나온 지층 28곳을 연대 측정한 결과 약 4만 6천 년 전에 45kg 이상의 동물 24속 중 23속이 멸종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간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을 들여놓은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반면 빙하기가 최고조에 이르러 건조한 기후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엄습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약 2만 3천 년에서 1만 9천 년 전 사이의 일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존 엘로이 연구팀은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초식동물 41종의 개체 수 변동관계를 컴퓨터를 통해 모의 실험한 결과 총 41종 가운데 32종의 운명을 비교적 정확히 맞추었다. 당시 41종 중 실제로 멸종한 종은 30종이다. 북미대륙의 최초의 인류거주 흔적은 1만 3천 년 전이고, 그 후 1만 2천 2백 년 전에 동물의 잇따른 멸종을 알려주는 화석기록과도 거의 일치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동아 닷컴 6.13일자에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도구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늑대보다 사냥의 우위를 점한 인간의 주위에는 필요 이상의 먹이가 항상 남아있었다. 자연스럽게 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먹이를 노리며 인간과 마주쳤던 늑대들은 사냥보다 손쉬운 인간이 남기거나 버린 먹이에 접근했다. 인간이 남긴 음식찌꺼기를 먹기 위해 늑대는 항상 인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게 되었고, 인간의 손에 포획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당시 늑대뿐만 아니라 쟈칼, 코요테, 여우 등 다른 개과 동물과 그 밖의 포유류도 먹이가 충분했던 인간 주위에 머물다가 잡히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살육에 식상한 인간들은 사로잡힌 동물들을 길들이는 시도를 하였고, 그 결과 많은 동물 중 늑대만이 길들여졌으며 인간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개의 조상은 늑대이다
늑대가 개가되기까지...
늑대를 길들이는 과정은 적어도 1만 2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 당시 개과 동물의 분포를 보면 아시아에서는 늑대와 들개(쟈칼), 인도들개(dhole)가 있었고 유럽에서 식육류는 늑대와 들개인 쟈칼, 그리고 북미에서는 늑대와 코요테, 남미에서는 여러 종류의 여우와 숲개(bush dog), 아프리카에서는 들개와 야생개가 있었을 것이다.
사냥사회의 여자와 어린아이들은 주위의 남거나 버려진 음식을 엿보았던 개과 동물들을 비롯한 여러 동물을 길들여 볼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잡혀 길들여지기 시작한 동물들과의 관계는 대부분 짧았다. 왜나 하면 길들여진 동물들 중 대부분은 독립생활을 하는 본능이나 짝짓기 등을 위해 도망치거나 때론 죽임을 당하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인간과 늑대 두 종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사회 행동 대신, 천성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사회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과 비슷한 사회성을 지닌 늑대는 예외였을 것이다. 특히 어린 늑대는 인간생활에 쉽게 적응하였고, 자연스럽게 인간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늑대는 우두머리에게 복종하는 것 이외에도 인간처럼 사회성을 가지고 있어, 무리 구성원을 이루는 개체간의 다양한 감정표현은 여러 인간들에게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표현은 안면근육의 발달을 가져왔고, 인간에 의해 길러진 개에서는 더욱 다양해졌다. 우리가 가끔 개의 얼굴이나 행동모습을 보고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후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늑대는 야생의 늑대와는 전혀 다른 인위적인 진화과정을 격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힘들고 난폭한 야생 생활보다 쉽게 남은 고기를 얻을 수 있었던 늑대의 이빨은 작고 덜 날카로워 졌다. 이러한 공격성의 약화는 인간사회의 일원이 되는 필수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먹이를 제공해주는 인간에 대한 충성심은 야생에서 우두머리를 섬기는 것 못 지 않았고, 인간보다 우수한 후각과 청각은 그 존재를 더욱 가치 있게 하였다. 인간에 의해 길러진 어린 늑대의 사회성은 최근에도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연구목적으로 길러지는 늑대를 어릴 때부터 기를 경우 어미가 되더라도 길들인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다. 이 점은 오래 전부터 에스키모들은 잘 알고 있었으며 개의 힘을 개선하기 위해서 늑대와 교배 시켰을 뿐만 아니라 늑대를 썰매 끄는 무리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품종의 특성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늑대는 여러모로 인간에게 유용한 동물이었다. 사냥 시 훌륭한 조력자가 된 이들은, 사람의 말소리를 들으며 짖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육식동물의 침입을 사전에 알려주는 좋은 경계병 역할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동반자의 역할은 먹고 먹히는 선사시대의 인간 삶에 더 없는 신뢰와 애정을 키우기에 충분했고, 보다 인간적인 동물로 만들기 위해, 또한 야생의 늑대와는 외모로도 구분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번식과 개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로써 인간에게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인 개라는 이름의 가장 절친한 동물이 생겨났다. 그 당시 사람과 개 사이의 실질적인 관계는 오늘날과 비교해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어쩌면 약육강식의 당시 상황에서는 현재보다 더욱 사랑 받았을 수도 있다. 오늘날 오직 인간과 개 사이에만 존재하는 알 수 없는 친밀감은, 먼 옛날 사냥꾼이었던 인간과 길들여진 개와의 필연적인 유대감이 전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것은 아주 유사한 사회구조와 행동유형에 근거한 생물학적 고리이다.
많은 개과 동물 중 왜 늑대만이 개의 조상인가?
인간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개의 조상에 대한 다양한 가설과 연구가 진행되었다. 기존의 여러 가지 가설 중 가능성이 없는 주장은 하나씩 제거되었으며, 역사적인 근거나 과학적인 연구 자료 등을 토대로 학자들은 개의 조상은 늑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의 대표적인 가설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개의 조상은 늑대, 자칼, 코요테, 여우 등의 개과 동물이다.
둘째, 개의 조상은 일부는 늑대, 일부는 자칼이다.
셋째, 개의 조상은 야생개(wild dog)이다.
넷째, 개의 조상은 밝혀지지 않는 또 다른 직접 조상이 있었다.
먼저 여우의 경우 단독생활을 하며 두개골의 형태차이가 두드러지고, 염색체의 차이도 있어 곧바로 제외되었다. 코요테 역시 발성법 자체가 개나 늑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제외되었으며, 야생 개는 화석 연구가들에 의해 개의 기원과 연관이 없음이 입증되었다.
자칼의 경우에는 인간과 가까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친화성 부족으로 개를 극도로 싫어하고 여우처럼 좁은 머리를 가진 점과, 사회성이 늑대보다 떨어진다.
또한 또 다른 조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은 현재까지 세계 곳곳의 꾸준한 유적발굴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단 하나의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늑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또한 개의 조상이 늑대라는 신뢰성을 높여주었다.
늑대의 사회행동을 연구한 스코트(J.P. Scott) 등의 학자에 의하면, 늑대사회에서 늑대의 행동유형과 인간사회에서의 개의 행동유형이 같다고 기술하였다. 실제로 개는 늑대와 아주 오랜 시간 격리된 삶을 살고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본능적인 행동들은 늑대와 흡사함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동물은 번식과 영토유지에 있어서 기본적인 계급구조에 의존하지만, 늑대와 인간에서 볼 수 있는 개체간의 개별적인 상호관계는 몇 몇 영장류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고고학적으로 볼 때 초기 개의 유골이 넓은 분포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발견됨은 신뢰성을 더해준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동물학 부장인 줄리엣 클루톤브록(Juliet Clutton-Brock)의 기록에 따르면 최초로 기른 개의 유골은 대부분 서아시아의 고고학적 유적지로부터 찾아냈으며, 작은 수가 역시 남미와 북서유럽, 소련 등 넓은 지역에서 드물게 발견되었다 한다.
현재 이러한 개의 유골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는 이라크에 있는 팔레가우라(Palegawra)의 태고시대 동굴에서 나왔는데 아마도 1만 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Turafall & Reed, 1974). 이 유골은 아래턱뼈의 크기가 비교적 작아서 야생 늑대의 턱뼈와 구별될 수 있으며 특히 앞니부분에서 이가 치밀하다. 이것은 초기에 기른 개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개의 유골은 가축동물이 나타나는 신석기시대 이전에는 어디에서도 흔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곧 홍적세 말까지 인간과 늑대 모두 동물을 사냥하던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인간이 늑대새끼를 길들였고, 늑대의 몇몇 아종이 개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이후 계속되는 인구증가는 인간이 사냥꾼에서 농부로 변화되기 시작한 이유가 되었다. 물론 1만 7천 년 전에도 농사를 지은 흔적이 있으나 본격적인 농업은 대략 8천 년 전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그림추가- 주석 : 적어도 1만 년 전에는 모든 인간이 사냥-수렵가로 생활했지만 5 천 년 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농부가 되었음이 확실하다) 이러한 인간생활의 변화는 개의 다양한 형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냥꾼에서 농부가 된 인간은 또 다른 용도의 개를 곁에 두기 위하여 인위적인 번식 및 선택을 계속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몇몇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한 개의 품종을 현재처럼 200-400여종의 품종으로 발전시킨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
개는 언제나 인간의 삶과 함께 하였다. 대략 1만 2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개의 출현은 현대 인류가 나타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또한 이 시점은 신석기시대(新石器時代)가 열리기 시작한 시점이며, 이후 무자비한 살육보다는 농사에 주력하기 시작한다.
인간과 개의 관계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근래에 들어와 유행처럼 번진 취미생활이 아니라 1만 2천 년 전부터 시작된 필연적인 관계였다.
개와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문명의 역사가 시작됨을 알 수 있고, 또한 최초의 길들여진 동물인 개라는 존재를 통해서 동물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을 조금이나마 자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개의 품종 발달사에서 개를 이용한 사냥을 빼놓을 순 없지만 개라는 존재가 인간의 곁에 있기 시작한 후, 많은 포유동물의 절멸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물론 고도로 현대화 된 근래에 들어서 인간의 또 다른 욕망에 의해 몇 몇 동물이 멸종하기도 하였다.)
*문명시대(文明時代) 이후 개의 변천사
농경생활이 시작된 이후 초기문명의 축이 된 메소포타미아, 아시아, 이집트 등에서 인간과 개의 관계는 더욱 다양해진다. 대략 6,000-8,000년 전부터 시작된 초기문명사회에서 현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인간과 개의 내면적인 신뢰관계는 변함이 없으나 외형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대별 변천사의 특징만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역사 속에 기록되는 품종 명칭은 현재의 품종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형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대적인 언어표현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실례로 그레이 하운드란 이름의 기원은 켈트어 greg 또는 grech 즉 단순한 개라는 의미가 있기도 한다.
초기문명(初期文明) 시기(時期)
초기문명의 축이 된 메소포타미아, 아시아, 이집트의 역사 속에서 개는 신성시되거나, 사냥, 전쟁, 가축몰이 등에 사용되었다. 초기문명 시기에도 그레이하운드, 마스티프 등 몇몇 다른 외형을 지닌 개들이 인간과 함께 하였다.
메소포타미아
아주 오래된 인디아중동에서 개는 최소한 8,000년 전에 존재하였다. 몇몇 다른 종류의 개가 존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기록된 초기 메소포타미아 개들은 그레이하운드이다. 8,000년 된 토기의 파편에서 이들 개가 가젤을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마스티프형의 개들은 티벳지역에서 발견하여 유랑기간 동안 함께 하며, 현재의 이란지방에서 무리로 길러지며 전투를 위해 훈련되기도 하였다.
아시아
황하문명을 이룬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가장 빠르거나 혹은 가장 발달한 농업경제를 이루었다. 당시 중국은 강력한 농업 경제국 이였으며, 비옥한 땅에 옥수수를 재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자체 품종의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시 북아시아에서 징병과 사냥을 도왔던 큰 스피츠(Spitz) 형태의 개를 제외하고는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황실에서는 수집용으로 세계 각 국의 특이한 개들을 선물 받은 기록이 있으며 황제들의 사냥을 돕거나 황실의 애완견으로 길러졌다.
이집트
고대 이집트인들은 초기부터 개를 귀중하게 다루었다. 개, 고양이, 소등을 신으로 섬겼으며, 개는 사후 인간의 영혼을 안내하는 죽음의 사신인 아누비스(페티앙 9,10월호 참조)의 상징이었다. BC 4,500 이전에 이집트인들은 개의 형태를 한 다른 신을 숭배하였는데. 귀를 세우고 갈라진 꼬리를 가진 그레이 하운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파라오 무덤 등의 유적에서 그레이 하운드와 마스티프 종의 개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시대
그리스, 로마 시대는 최초의 품종 번성기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동물의 역사(history of the animals)에서 다양한 종에 대한 언급과 더불어 개의 질병과 분만에 대해서도 논하였다. 여흥을 즐기던 로마제국은 전쟁이나 사냥 목적뿐만 아니라 원형경기장의 검투사 경기 등에도 싸움개로 활용하였으며, 가정 견으로도 다양한 애완견이 길러졌다. 그 시대에 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번성하였다.
중세시대
서기 476년 서(西)로마제국의 멸망 후 인간의 개에 대한 애정은 암흑기에 빠진다. 도시들의 멸망과 함께 사람을 따라 숲으로 숨어 든 개들은 반 야생 상태로 유럽 전역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광견병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의 발생을 도왔으며, 이는 당시 카톨릭교권 중심 사회에서의 마녀사냥과 더불어 핍박받을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미 사냥의 필수조건이 된 사냥개들은 왕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개의 사냥능력은 애견문화를 영원히 어둠 속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개의 소유가 왕실을 비롯한 일부 귀족층의 특권이 되어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덴마크 태생으로 잉글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왕을 겸한 크누트(Cnut)왕은 잉글랜드 왕에 재위한 1016년에 법령을 공포하여 왕족의 사냥지역의 반경 10마일에 사는 사람의 개들은 다리의 일부 건을 잘라 사냥을 할 수 없게 하였다.
이와 같이 개의 소유를 귀족만의 특권으로 간주하려는 당시의 관습은 일부에서는 18세기까지도 이어졌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문명인인 콜럼버스가 1492년 미 대륙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 그 곳에는 개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 시대
교회나 군주정치에 반기를 들고 중세 이탈리아 도시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정치적 상황은 애견이 로마시대 이후 제 2의 번성기를 맞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왕실이나 귀족들의 각별한 관리 속에 있던 개들은 이탈리아에 있는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애완견으로서도 인기를 끌게 된다. 초상화에 애완견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고, 축하행사나 각종모임 등에 동반할 정도로 붐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인기는 모든 사회계층으로 퍼져나갔다.
16세기 영국의 사육자들은 그레이하운드, 테리어, 슬로우하운드, 라지하운드, 불독 등으로 불리는 5가지 유형의 개로부터 많은 교잡을 통해 품종을 번성 시켰는데, 이는 영국이 현재도 애견종주국으로 불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당시 영국의 우수한 사냥 품종의 형성은 프랑스 등 주변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손상시킬 정도였다.
이후 왕실을 주측으로 다양한 애완용 개들이 선보여졌으며, 18세기 사냥이 일반화되면서 스파니엘, 세터, 포인터 등 많은 사냥 품종이 확립되었다. 당시 러시아 귀족사회에서는 늑대를 사냥하기 위한 긴 털을 가진 그레이하운드도 길렀는데, 이 개는 현재 볼조이(borzoi)라 부른다.
산업혁명(産業革命) 이후(以後)
19세기 산업혁명은 기계화를 가져왔고, 개의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감소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개의 능력보다 외모와 사교성에 치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간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게 됨에 따라 개 애호가들은 조직적이 되어갔다. 애견전람회가 1859년 처음으로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이후 25년 안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의 나라로 확산되어 갔다.
1873년 영국은 영국개 품종을 재정립하여 외국 품종으로부터 영국시장을 보호, 유지, 발전시키려는 국가적인 정책을 마련하였다. 이 것이 바로 켄넬 클럽(Kennel club)이며, 이러한 조직은 19세기말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단체로 만들어졌다. 또한 FCI (Federation Cynolofique Internationale)는 1911년에 창립된 오직 유일한 켄넬 사회기구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견전람회가 된 Crufts dog show가 1891년 영국에서 열렸으며, 그러는 동안 많은 품종이 정립되었다. 영국의 품종 재정립 후 불과 24년만인 1897년 8월, Bylandt 백작은 les races de chiens라는 2권으로 된 책을 출간하였는데 여기에는 274종의 개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
개 애호가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여러 품종을 수입하기도 하고, 자신들만의 품종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Chinese spitz가 1880년 Chow Chow란 품종이 되었으며, 1895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사냥개는 1901년 검역제한 전에 영국으로 건너 간 마지막 품종이 되었는데, 이 품종은 후에 바센지(Basenji)라 불리워 졌다. 이러한 품종정립은 각 나라의 애국심과 맞물려 새로운 많은 품종이 발견되고 등록되었다.
20세기 이후
2번의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등을 거치면서, 개들은 인간을 위한 전쟁터에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전쟁을 위한 개의 활용은 개에 대한 훈련을 발달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평화시대에도 훈련성과에 대한 확신은 여러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맹인안내견, 인명구조견, 마약탐지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역할이 개에게 주어졌다. 최근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청각장애자를 위한 훈련견이나, 수중 인명구조견 등 더욱 세분화된 용도의 개들이 훈련되고 있다.
개는 최초로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약 1만2천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을 인간과 함께 해 왔다. 그들은 시대에 따라 인간이 바라는 대로의 목적과 모습을 갖춘 대상으로 끊임없는 변화, 발전하였지만, 그 의미는 언제나 동일한 것이었다. 어떤 시대에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었건 간에, 개들은 항상 인간에게 좋은 친구였다. 그들 특유의 탁월한 감각과 능력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우울함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동반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애견문화의 지나친 상업성으로 인해, 오히려 현대에 와서 진정한 반려동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있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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